월급 깎아 기부하고, 구호성금 쾌척…기업, 사회를 보듬다
사회공헌 멈추지 않는 기업들
어려울 때 사회공헌 늘리는 ‘한국 기업 DNA’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초대형 위기를 맞으면 사회공헌에 대한 각국 기업들의 철학이 유난히 부각되기 마련이다. 2008년 세계 경제를 덮친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과 일본 기업들은 사회공헌 비용을 대폭 삭감했다.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광고비 등 경영에 영향을 덜 끼치는 부분부터 크게 줄였다.
한국 기업들은 반대로 사회공헌 지출을 더욱 늘렸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기업 사회공헌 실태에 따르면 2008년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비는 총 1조9550억원으로 집계됐다. 위기가 본격화한 2009년에는 2조6510억원으로 오히려 1조원 가까이 늘었다. 2010년에는 2조8730억원까지 증액했다. 경제 위기 속에서 투자를 줄이면서도 사회공헌은 되레 확대한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 지출은 불황 등 경기 사이클과 관계없이 2000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며 “위기 때는 사회공헌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기업의 사회적 평판을 더욱 신경 쓰게 된 점도 기업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한국경제신문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입소스, 온라인 패널조사회사 피앰아이와 공동으로 시행한 ‘2019 한경·입소스·피앰아이 기업소셜임팩트 조사(CSIS)’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82.8%는 제품 및 서비스를 구매할 때 해당 기업의 사회적 평판에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또 87.3%는 기업 평가 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임금 깎아 기부’ 사회공헌 나선 기업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사회공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업종 중 하나가 금융권이다. 가계와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방역물품 등 코로나19 관련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24일 윤종규 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를 꾸렸다. 이곳을 통해 다양한 코로나19 관련 금융·비금융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전국 301개 노인종합복지관에 마스크 12만여 개, 전국 1900여 개 지역아동센터에 마스크 5만7000개 및 체온계 1900개를 각각 기부한 게 대표적인 예다. KB증권도 성금 및 방역물품을 별도로 기부했다. NH증권은 농촌 지역 주민들에게 전기 인덕션을 설치해 줬다.
공기업들도 적극적이다. 한국서부발전을 비롯한 한국전력 산하 전력그룹사 간부들은 최근 ‘임금 반납’ 운동에 동참했다. 1년 간 경영진 월급의 120%, 처·실장급 직원 월급의 36%를 각각 반납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롯데하이마트와 사조대림, 밀알복지재단 등도 전염병 확산 초기인 지난 1월부터 코로나19 긴급 구호에 나섰다. 각 기업이 기부한 방역물품에 시민 후원금으로 마련한 식료품 등을 더해 취약계층에 배분하는 방식이다.
각 기업은 코로나19 관련 사회공헌 활동 외에 종전까지 시행해온 사회공헌 활동을 차질 없이 이어나가고 있다. 대림산업은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컴퓨터를 선물하는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 중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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