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임팩트'…평판이 기업 명운 가른다
작년 5월 20일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별세했다. 이후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추모 열기가 이어졌다. 기업인을 추모하는 분위기는 한국 사회의 반기업 정서를 고려하면 이례적이었다. 네티즌은 고인의 소탈한 삶, 사재를 털어 어려운 이웃을 살폈던 선행, 그리고 LG그룹 창업자들이 독립운동 자금을 댔다는 사실까지 찾아내 퍼뜨렸다. 고인뿐 아니라 LG 브랜드도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기업의 사회적 평판이 자산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중요한 사건이었다.

한국경제신문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입소스, 한국 최대 온라인 패널조사회사 피앰아이와 공동으로 실시한 ‘2019 한경-입소스-피앰아이 기업소셜임팩트 조사(CSIS)’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기업의 사회적 활동을 포함해 가장 신뢰하는 브랜드를 꼽는 소셜임팩트 조사에서 LG 가전 브랜드는 경쟁사 브랜드를 크게 앞섰다. 시장 점유율을 넘어서는 차이였다. 라면 시장에서도 점유율 2위인 오뚜기 진라면이 브랜드 평판에서는 1위에 올랐다.

소셜임팩트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개인, 조직, 기업, 국가 등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평판을 의미한다. 만 15~64세 소비자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는 가전 자동차 통신 금융 유통 등 50개 분야의 상품과 서비스에서 이뤄졌다. 기업의 사회적 활동이 브랜드 가치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 국내 첫 조사다.

조사 결과 소비자는 제품의 기능뿐 아니라 브랜드의 사회적 평판, 즉 소셜임팩트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응답자의 82.8%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해당 기업의 사회적 평판 등에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또 87.3%는 기업 평가 때 환경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도 함께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기업과 브랜드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하는지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소셜임팩트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층은 30, 40대 여성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시장조사 전문가들은 특정 기업 및 제품과 관련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이슈가 발생하면 소비자들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일 입소스코리아 컨설팅본부장은 “과거엔 이슈가 터지면 ‘시간이 지나면 된다’고 여겼지만 지금은 소비자들의 자발적이고 집단적인 힘이 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조직화하고 있다”며 “소셜임팩트에 영향을 주는 이슈를 관리하는 데 실패하면 기업은 물론 브랜드의 이미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평판이 기업 운명을 좌우하는 시대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