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생생확대경]

  • 등록 2024-01-02 오전 5:40:00

    수정 2024-01-02 오전 6:57:57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교육부가 올해 2학기부터 전국 6175곳의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전면 시행한다. 늘봄학교는 초등돌봄교실의 확장 버전이다. 2004년 도입한 초등돌봄교실은 그간 오후 5시까지만 운영하는 곳이 많아 맞벌이 부부들의 불만이 컸다.

윤석열 정부는 저녁 8시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초등 전일제 학교’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다. 출범 이후 이는 국정과제로 선정됐으며 이름도 ‘늘봄학교’로 바뀌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장래인구추계(2022~2072년)에 따르면 지난해 0.78명을 기록했던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25년에는 0.65명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기혼자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는 과도한 주거비·육아비·사교육비 부담에서 찾을 수 있다. 이데일리가 여론조사업체 피앰아이에 의뢰, 30대 기혼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28.5%는 주거비 부담을 출산 기피 이유로 꼽았다. 이어 육아비용(24.5%), 경력단절(16.8%), 사교육비(12.2%) 등이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는 ‘대한민국 소멸’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저출산이 화두가 되고 있다. 어떤 시대에나 보편적으로 요구되는 자세를 시대정신으로 부를 수 있는데 지금은 저출산 완화가 우리에게 요구되는 시대정신이다.

그런 점에서 기혼자들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려는 늘봄학교의 취지는 긍정적이다. 다만 취지가 좋더라도 학교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시작부터 불협화음이 나올 수 있다. 돌봄전담사·돌봄강사가 따로 있다지만 늘봄학교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만큼 교사들에게 부가적인 업무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 학교마다 늘봄학교 담당 교사가 있는데 이 중 약 78%는 해당 업무를 기피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일부 학교에선 늘봄학교 강사를 채용하지 못해 교사를 강제적으로 강사로 투입하는 일도 발생한다.

교육부는 당초 늘봄학교의 전면 시행 시점을 2025년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학부모 수요가 크다며 이를 6개월 이상 앞당겨 올해 2학기부터 모든 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운영키로 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필요로 하는 정책은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앞당겨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교사가 반발한다면 늘봄학교는 안착하기 힘들다. 제도를 시행하는 장소가 학교이기 때문이며 행정업무의 뒷받침도 학교에서 이뤄져서다.

취지가 좋은 정책도 정책 수요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라면 무리하게 강행, 부작용을 만들기보다는 원래대로 2025년부터 전면 시행하는 게 낫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학교가 계속해서 돌봄 기관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돌봄은 학교에서, 공부는 학원에서’를 슬로건처럼 얘기하고 있다. 학교가 돌봄기관으로 전락하면서 교권 추락이 시작됐다고 보는 교사들도 많다.

교권을 다시 세우는 일은 학교의 권위를 살리는 일에서 찾아야 한다. 권위주의는 부정적이지만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 ‘권위’는 필요한 가치다. 학교가 돌봄 서비스 기관으로 인식되는 한 교권 회복도 요원하다. 교육당국은 늘봄학교 시행과정에서 학교가 교육기관으로서의 권위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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