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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정부는 "지난해보다 낮췄다"지만…여전히 높은 체감 물가에 전통시장 대목은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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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정부는 "지난해보다 낮췄다"지만…여전히 높은 체감 물가에 전통시장 대목은 '옛말'

입력
2023.09.25 19: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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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사흘 앞두고 전통시장 '썰렁'
정부 "성수품 물가 전년 대비 6.4% 감소"
상인·시민들 "지난해보다 대부분 올라"

추석 명절을 나흘 앞둔 25일 오후 서울 성동구 금남시장에서 상인들이 설 제수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나주예 기자

추석 명절을 나흘 앞둔 25일 오후 서울 성동구 금남시장에서 상인들이 설 제수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나주예 기자



"배추 한 망에 1만7,000원? 되게 비싸졌네."
"비싼 것도 아니지, 이 정도면."



25일 오후 서울 성동구 금남시장 앞 골목 야채 가게에선 장을 보러 온 시민과 상인 간 흥정이 한창이었다. 김치 재료를 사러 온 이기순(78)씨는 허리 높이로 쌓여 있는 배추 더미를 살펴보며 한참을 서성거렸다. 이씨는 "명절 때 물김치 담가 먹으려고 와봤는데 지난주보다 야채 값이 더 뛰었다"며 "한 망에 1만5,000원이던 배추가 또 2,000원이 올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 "지난해보다 6.4% 떨어졌다"지만…

추석을 앞둔 2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은 시민이 사과를 구입하기 위해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추석을 앞둔 2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은 시민이 사과를 구입하기 위해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추석(29일)을 나흘가량 앞두고 막바지 장보기로 붐벼야 할 전통시장은 '명절 대목'이란 말이 무색하게 썰렁했다. 올여름 집중 호우와 이례적 폭염이 겹치면서 사과, 배, 수산물 등 농수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뛴 반면 지갑 사정은 넉넉하지 못한 탓이다.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전통시장을 찾은 주부 윤모(55)씨는 냉동 동태포 2kg을 2만2,000원에 샀다. 윤씨는 "식구 수대로라면 3kg은 있어야 하는데 너무 비싸서 조금만 산 것"이라며 "올해는 전도 종류를 간소화하고 맛만 보는 정도에서 만족하려고 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정부는 20대 성수품만 보면 지난해 추석 때와 비교해 값이 떨어졌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가 15일 발표한 '농·축·수산물 20대 추석 성수품 가격동향'에 따르면 7~20일 2주 동안 20대 성수품 가격은 전년 대비 6.4% 하락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22일 사과, 배 등 농축산물 14개 품목을 시장에 14만5,000톤 보냈으며 해양수산부는 명태, 참조기 등 수산물을 4,859톤 공급했다.

그러나 실제 소비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체감 물가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추석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021년 대비 6% 높은 고물가였기 때문에 단순히 비교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업관측 9월호 과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사과(홍로 10㎏ 기준) 도매 가격은 2만8,400원이었으나 올해는 전년 동월 대비 약 160.6% 오른 7만4,000원이었다. 배(신고배 15㎏ 기준) 또한 7만6,000원에서 8만4,000원으로 뛰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주요 과일이 봄철 저온 피해와 여름철 집중 호우 등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했고 경작지가 감소해 생산량까지 줄었다"고 설명했다.

값이 뛴 것은 과일류만이 아니다. 신선식품 다수가 지난해 대비 높은 가격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여름 폭염으로 인해 폐사율이 높았던 닭고기(8.5%), 어획량이 줄어든 참조기(8.7%), 명태(17.3%), 고등어(6.2%) 등 수산물 가격도 올랐다. 러시아산 명태의 어획량이 저조해 수급이 불안정한 한편 고등어는 아직 철이 아니지만 소비자들이 많이 찾다 보니 물량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마트에서도, 전통시장에서도…추석 장바구니 부담 '여전'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전통시장 골목이 지나다니는 시민이 별로 없어 썰렁했다. 나주예 기자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전통시장 골목이 지나다니는 시민이 별로 없어 썰렁했다. 나주예 기자


저렴한 장보기를 기대했던 시민들은 "정부가 물량을 풀었다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남시장에서 사과와 배 등 제수용품을 구매한 이모(80)씨는 "명절 때문에 사흘 동안 장을 보면서 벌써 40만 원 넘게 썼다"며 "마트 상품은 싱싱한 대신 너무 비싸고 시장에 와보니 야채나 과일이 저렴하긴 하지만 상태가 안 좋은 것들이 많다"고 했다. 데이터컨설팅업체 피앰아이가 최근 전국 만 20∼6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87.2%는 과거와 비교해 추석 물가가 올랐다고 답했다. 특히 50대의 95.1%, 60대의 91.9%가 물가 상승을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인들 또한 높아진 물가로 고통받기는 마찬가지였다. 물건 값이 오를수록 손님들의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을뿐더러 판매량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영등포전통시장에서 22년째 정육 도매상을 운영하는 박모(65)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명절 손님이 떨어졌는데 이후 경기가 안 좋다 보니 명절이라서 들여온 물량도 다 팔지 못하는 때가 많다고 했다. 또 다른 상인 양모(63)씨는 "명절 대목에 푸짐하게 음식해 먹은 것도 한참 전"이라며 "최소 마진만 받으려고 하지만 가격을 더 내릴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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