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2개 만원 … 추석 장보기 겁난다
사과 2개 만원 … 추석 장보기 겁난다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3.09.24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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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 탓 물가 급등 … 전년 대비 2배 올라
차례상·명절음식 생략 … 밀키트 활용·외식 ↑
첨부용. 장마와 태풍, 폭염 등으로 과일 가격이 1년 전보다 13% 올랐다.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있어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과일 물가는 지난해 1월(13.6%)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전년 대비 사과(30.5%), 귤(27.5%), 복숭아(23.8%) 등 순으로 크게 올랐다. 6일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과일을 살펴보고 있다. 2023.09.06. /뉴시스
첨부용. 장마와 태풍, 폭염 등으로 과일 가격이 1년 전보다 13% 올랐다.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있어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과일 물가는 지난해 1월(13.6%)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전년 대비 사과(30.5%), 귤(27.5%), 복숭아(23.8%) 등 순으로 크게 올랐다. 6일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과일을 살펴보고 있다. 2023.09.06. /뉴시스

 

“차례상에 올리고 싶어도 뭘 살 수가 있어야죠. 고기나 채소가 지난해 추석보다 두 배는 오른 것 같아요.”

청주시 서원구에 사는 조문정씨(35·여)는 올 추석에 차례상을 차리지 않기로 했다.

음식 준비가 힘드니까 차례상을 없애자는 시어머니의 제안도 있지만 턱없이 높아진 물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이유가 크다.

추석을 닷새 앞둔 24일 청주 사창시장을 찾은 홍인선씨(44)는 명절 준비를 위해 구매한 식재료 영수증을 보여주며 한숨을 내쉬었다.

홍씨는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차례상을 어떻게 차려야 될지 감도 안 온다”며 “과일이든 전이든 양을 다 줄여서 차례상에 올려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사창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상인은 “뉴스에 나오는 것보다 물가 상승을 더 크게 체감한다. 사과와 배가 특히 많이 올라서 두 개에 1만원꼴”이라며 “아무래도 집중호우 등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대형마트 34곳에서 배 가격은 5개에 평균 1만6283원으로 작년 추석 열흘 전 시기(추석 성수기)와 비교해 32.4% 올랐다.

전통시장 16곳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배 5개 평균 가격은 1만7600원으로 작년 추석 성수기보다 14.5%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은 여론조사에서도 고스란히 체감할 수 있다.

데이터컨설팅업체 피앰아이가 최근 전국 만 20~6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7.2%는 이전에 비해 추석 물가가 올랐다고 답했다. 특히 50대의 95.1%, 60대의 91.9%가 물가 상승을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에서 외식 혹은 밀키트를 활용하겠다는 이들도 있다. 4인 가족이 추석을 보내는 박모씨(47)는 밀키트로 명절 음식을 준비하기로 했다. 박씨는 “몇 년 전까지는 마늘 까기부터 시작해 다 직접 요리해 먹었지만 최근에는 밀키트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에 외출을 자제하면서 밀키트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명절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만족해했다.

그는 “조리가 간단한 것도 있지만 외식보다 저렴한데다 음식을 낭비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피앰아이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41.2%는 명절 음식을 직접 만들겠다고 답했으나 19.3%는 밀키트를 활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20대는 4명 중 1명꼴(26.5%)로 밀키트를 사용해 추석 음식을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또 명절에 상황에 따라 음식을 배달시켜 먹겠다는 답도 응답자의 15.5%에 달했다.

꼭 물가 때문이 아니어도 차례상과 명절 음식을 거하게 준비하지 않겠다는 이들도 있다. 음식 준비로 보내는 시간을 줄여 휴식을 취하거나 가족과 보내는 시간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4년째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는 이모씨(37·여)는 “맞벌이를 하며 어린 두 자녀까지 육아하는 부담이 크니까 남편이 나서 시댁 가족들을 설득했다. 시댁 가족도 동의해 올해로 4년째 추석 차례상을 차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하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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