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장례 휴가' 냈더니 반려(返戾) 됐습니다…세대별로 '펫로스 휴가' 인식차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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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05 14:58  |  수정 2023-09-06 09:57  |  발행일 2023-09-07 제5면
MZ세대 5명 중 1명은 "필요하다"
베이비부머 세대·X세대는 각각 8.1%·13.7%만 '당연' 응답
국내 기업서도 반려동물 관련 제도 도입 움직임
'러쉬코리아' 장례 유급휴가 1일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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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반려동물 장례를 위한 '펫로스 휴가'를 필요로 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펫(pet)'을 두고 이제는 애완동물이란 말보다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애완이란 단어는 사랑 애(愛), 희롱할 완(玩)자로 사람이 좋아해서 가까이 두고 귀여워한다는 뜻인 한편, 반려라는 단어는 짝 반(伴)에 짝 려(侶)로, 함께 살아가는 벗의 의미가 강하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이란 단어도 보편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반려동물 장례를 위한 '펫로스 휴가'를 필요로 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4일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가 전국 만 20~69세 남녀 3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변화하는 가족 형태에 따른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펫로스 휴가에 대해 '당연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 8.1%, X세대(1964~1980년생) 13.7%,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 23.5%, Z세대(1997~2012년생) 24.8%로 나타났다. 젊은 세대일수록 펫로스 휴가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았다. '펫로스 휴가는 며칠이 적당한가' 라는 질문에는 베이비부머 세대 43.3%가 '0일'로 답했다. Z세대의 경우 85%가 1일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반려묘을 키우는 직장인 최모(26)씨는 "1인 가구로 3년간 혼자 살다 작년부터 고양이를 키우게 됐다. 그 누구보다 일상을 함께 보내고 있고 든든한 동반자라고 생각한다"면서 "주변에서 반려동물이 일명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경우를 많이 봤다. 가족의 형태고 다양해지고, 반려동물도 가족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을 때도 애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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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반려동물 장례를 위한 '펫로스 휴가'를 필요로 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독자 제공>

국내에서도 반려동물 관련 제도를 적극 도입한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코리아'는 지난해 2017년 반려동물 장례 유급휴가를 도입했다.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나면 직원들이 유급휴가 1일을 쓸 수 있게 하고 있다. 러쉬코리아 측은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29세로 젊은데다 1인 가구가 많아 반려동물을 키우는 직원들이 많다"면서 "이같은 조직의 특성을 감안해 관련 복지제도를 운영 중이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에 따라 관련 제도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윤석 서울시립대 교수(도시사회학과)는 "가족 범위의 개념과 형태의 변화에 따라 가족 정책의 틀도 현실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면서 "직장 내에서도 반려동물 경조 휴가와 같은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새로운 가치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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