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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말8초? 휴가는 무슨!”…숙박‧외식비 부담에 ‘휴포족’ 증가


입력 2023.07.13 06:47 수정 2023.07.13 06:47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6월 물가 동향

콘도 13.4%, 호텔 11.1% 가격 올라

휴가 때 입을 옷, 신발 가격도 상승

피서객들이 강원 강릉시 경포해수욕장에서 여름 휴가를 즐기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뉴시스 피서객들이 강원 강릉시 경포해수욕장에서 여름 휴가를 즐기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뉴시스

‘휴가 물가’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국내 휴가지 호텔의 성수기 숙박비는 1박에 60만원을 가뿐히 넘고, 음식값 또한 껑충 뛰었다. 엔데믹 이후 처음 맞는 여름휴가지만 치솟는 물가에 성수기를 피해 휴가를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휴포족’까지 등장했다.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콘도 이용료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4%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6.6%, 5월 10.8%에 이어 상승폭이 점점 가팔라지는 추세다. 호텔 숙박료는 같은 기간 11.1% 올랐다. 3월 이후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실제로 7월 말부터 8월 초 극성수기 기간 경기도 내 유명 관광지의 호텔과 펜션 등을 검색해본 결과 평상시 주말에 15만원 정도로 예약할 수 있는 펜션(4인 가족 기준)이 50만원으로 3배 이상 치솟았다. 인근 유명 호텔도 평소 주말 숙박비 13만원에서 이 기간 44만원까지 올랐다.


휴가 때 입을 옷과 신발의 가격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사악한 수준이 됐다는 소비자들의 하소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시중의 티셔츠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3%, 원피스 가격은 13.7% 급상승했다. 청바지 11.8%, 운동화 7.8%, 운동복 6.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식 물가 역시 일제히 상승했다. 특히 지난달 돼지고기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7.2% 하락한 상황에서도 이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음식점에서는 돼지갈비(6.4%), 삼겹살(5.4%) 등 가격이 모두 상승했다. 외식 물가가 근원서비스물가의 경직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모처럼 대목을 맞이해 너도나도 가격을 올린 탓이다. 코로나 사태 종료로 3년 만에 본격적인 외부 활동이 가능해지면서 지역 축제나 유명 휴가지에 인파가 몰리고 있지만 상식을 벗어난 바가지 요금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급기야 물건 값을 현금이나 계좌이체로만 받아 이용자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가게도 늘고 있다. 숙박업소,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각종 비용이 늘어난 데다 코로나 기간 정상 영업을 못해 손실이 큰 만큼 이를 요금에 반영하지 않고서는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경우 본사 시스템 상 가격 인상/인하를 규제받기 때문에 함부로 건드릴 수 없으나, 일반 식당의 경우 바가지요금이라는 어떤 기준이나 법적 규제가 없어 요금 인상을 자유롭게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특정 시기를 대목으로 여기는 인식이 문제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더위를 피해 경북 청도군 운문사 인근 계곡을 찾은 시민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뉴시스 더위를 피해 경북 청도군 운문사 인근 계곡을 찾은 시민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뉴시스

휴가 관련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올해 여름 휴가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온라인 조사 전문기관 피앰아이가 전국 만 20~6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여름 휴가에 대한 기획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올 여름 휴가를 떠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지난 3년간 코로나 때문에 휴가를 가지 못한 직장인들이 엔데믹 이후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휴가 여행을 떠나는 이른바 ‘보복휴가’ 사례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과 달리 휴포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감당할 수 없는 물가 상승 때문이다.


향후에도 휴가 여행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홈캉스’ 비율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여행 계획이 없거나 미정이라고 답한 사람들에게 휴가 때 어떤 활동을 할 예정인지 물어본 결과 절반 가까운 46.8%가 ‘TV 프로그램, 드라마, 영화 시청’이라고 답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바가지요금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바가지요금 논란이 계속되면장기적으로 피서객의 외면을 받아 내수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지자체 입장에선 지역상권을 살릴 좋은 기회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18일부터 먹거리 가격 사전 공개를 시작한다. 축제를 주관하는 기관이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에 음식 가격과 사진 등을 사전에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단, 강제성은 없는 자발 참여다.


제주도는 지난 6일 물가안정에 동참한 173개 업소 중 착한가격업소 137곳을 선정했다. ‘제주도여행은 비싸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한 복안이다. 동해시는 7∼8월 두 달 간 숙박요금을 평상시 요금의 최대 2배 이내로 책정하도록 하는 숙박요금피크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휴가철 마다 바가지 요금이 성행하는 것은 ‘한 철 장사다’라는 인식이 아직도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관광과 여가가 생활화 돼 있기 때문에 성수기에만 특정 지역을 찾지 않는다는 점을 반드시 생각하고, 부정적 여론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지자체 역시 휴가철이 다가오기 전에 미리 물가를 점검, 단속하고 자영업자들을 한 데 모아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협조를 요청할 필요가 있다”며 “공동체로 더불어 잘살기 위해서는 한사람 한사람 잘못된 행동을 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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