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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낮을수록 학교 의존도 높아…교육 넘어 돌봄 고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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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0,362회 작성일 20-06-24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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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학교가 개학을 미루면서 사상 유례가 없는 온라인등교가 시행됐다. 지난달 경기 구리시의 한 아파트에서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가 교육방송(EBS) 프로그램을 보면서 공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학교가 개학을 미루면서 사상 유례가 없는 온라인등교가 시행됐다. 지난달 경기 구리시의 한 아파트에서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가 교육방송(EBS) 프로그램을 보면서 공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개월 동안 이뤄진 온라인 등교는 한국 사회의 정보기술(IT)과 높은 교육열, 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준 특이한 경험이었다. 학부모들은 온라인 등교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경향신문이 비영리 공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여론조사기관 피앰아이와 함께 학부모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들은 개학 연기와 온라인 개학 등 단계적 개학에 대체로 찬성했다. 그러나 온라인 교육을 위한 당국의 준비에는 그리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학교 준비가 긍정적이라는 답변은 68.5%, 교사 준비에 대한 긍정적 답변은 64.3%였다. 온라인 교육의 질(40.8%)이나 전반적 만족도(57.5%)도 높지 않았다.

등교 연기·온라인개학 “잘한 일”…교사 대응 ‘긍정’ 평가
교육 당국 준비엔 인색한 평가…온라인수업도 불만 높아
“학교는 재난대피소, 아이·주민의 시대공부 플랫폼 돼야”

 

■ 휴원 등 학원 통제 강화해야

학부모들은 온라인등교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수업이 교육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생각했다. 설문 결과 학부모들의 73.1%는 자녀의 온라인수업을 직접 지켜보거나 지도해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부모의 온라인수업 참관과 지도 정도는 소득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월 소득 1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은 87.8%가 경험한 반면, 2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은 53.3%에 그쳤다. 자녀 입장에서 보면 저소득층은 10명 가운데 4~5명, 고소득층은 10명 중 1명이 ‘방치된 채’ 학습을 했다는 의미다.

학교가 문을 닫는 동안 학원에서 사교육이 진행됐다는 점은 교육 격차를 키우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학원 개원과 관련해서는 소득에 따라 학부모들의 의견이 다소 갈렸다. 고소득층 학부모는 48.7%가 반대한 반면, 저소득층은 60.0%가 반대했다. 강제 휴원 등 사교육 기관에 정부 통제가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도 저소득층일수록 높았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큰 틀에서 학원에 대한 정부 통제가 필요하다고 봤다. 전염병 확산을 이유로 학교가 문을 닫는 상황인데, 학원에서 사교육이 이뤄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강제 휴원 등 학원에 대한 정부 통제에 ‘매우 찬성’ 24.5%, ‘찬성’ 55.1%로 통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79.6%였다. 학부모 김의주씨는 “교육당국이 코로나19 집단감염을 우려해 학교는 문을 닫으면서도 학원 개원은 모르는 체했다”며 “코로나19를 막겠다는 의지도 없고, 가난한 가정에 대한 배려도 없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등교가 던진 질문]소득 낮을수록 학교 의존도 높아…교육 넘어 돌봄 고민할 때

 

■ 9월 학기제 도입 호기

온라인개학은 앞으로 다시 이뤄질 학교 수업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 온라인강의는 장점이 많다. 온라인강의는 마우스로 클릭하면 일타강사의 강의를 무한정 반복해서 들을 수 있다. 스스로 계획을 세워 공부할 수도 있다. 서울 배화여고 2학년 오모양은 “교실 수업은 잠시 딴 생각을 하면 따라갈 수가 없는데 온라인수업은 마우스만 한번 클릭하면 다시 반복해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고3 학생은 블로그에 “수업 들으면서 아침밥 먹는 것을 언제 해보겠는가. 선생님 얼굴 보면서 밥을 먹으니 아주 그냥 쑥쑥 들어간다”고 적었다. 그러나 부모나 교사로부터 방치된 학생이나 특수교육 대상자들은 배움에서 완전히 소외될 우려가 있다.

결론은 온·오프의 결합이다. 학부모들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설문 결과 학부모의 76.4%는 ‘향후 학교 교육과 관련해 개념 설명이나 지식 전달을 위한 강의는 온라인으로 하고 개별화·심화 수업이나 토론은 오프라인(교실)에서 진행하는 식의 학교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답했다.

학부모들은 이번 기회에 수업 외에도 그동안 할 수 없었던 각종 교육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9월 학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에 학부모의 64.9%가 찬성했다. 9월 학기제는 미국 유럽은 물론이고 중국까지 전 세계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9월 학기제가 도입되면 ‘학제의 국제 통용성’ 효과가 있다. 학부모들은 또 유사상황을 대비한 교육 시스템의 도입이 모색돼야 한다는 의견에 76.4%가 찬성했다.

 

■ 소득 낮을수록 학교 기대 높아

온라인개학은 한국 사회에서 학교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지 화두를 던졌다. 학교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고 습득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설문 결과를 보면 학부모의 83.8%는 교육 외에 돌봄 등으로 학교의 기능이 확대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월 소득 200만원 이하는 93.4%가 이같이 답했다. 교사의 역할도 재정립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는 새로운 교육 약자들을 양산할 우려가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이번에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된 것은 온라인학습의 효율성과 방치 학생 문제”라며 “취약계층 자녀, 특수교육 대상자를 비롯한 학습 장애 학생, 학습 흥미도가 낮은 학생,기초학력 미달 학생, 초등학교 저학년 등 교육 약자를 위해 아직은 대면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사회가 깨달았다”고 밝혔다.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는 “학교는 재난의 시대에 마을 주민의 대피소이자 아이들과 함께 주민들이 시대공부를 하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경향신문과 비영리 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이 공동으로 기획했다. 여론조사기관 피앰아이가 실무를 주관했으며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전국 800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온라인 패널조사를 진행했다. 초등학교 저학년(1~3학년)과 고학년(4~6학년), 중학교, 고등학교 학부모 각 200명씩 응답했다.

2016년 설립된 공공의창은 리서치뷰·리얼미터·우리리서치·리서치DNA·조원씨앤아이·코리아스픽스·타임리서치·한국사회여론연구소·한국여론연구소·피플네트웍스리서치·서던포스트·세종리서치·소상공인연구소·DPI·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등 15개 여론조사 및 데이터분석 회사가 모인 비영리 공공조사네트워크다. 정부·기업의 의뢰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공공조사를 실시해 발표한다.



■설문조사에 도움 주신 분
조민희 피앰아이 대표, 최정묵 공공의창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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