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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대학서 매일 웃고 노래하고… 어르신 학생들 외로울 새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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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MI 댓글 0건 조회 2,132회 작성일 23-03-1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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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외로움을 돌보다] <2부> 마음 낮은 이들과의 동행 ⑦ 세상 밖으로 이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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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아 전 성균관대 의대 교수가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엘드림노인대학에서 ‘노인 고혈압과 건강관리’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길 하나 사이로 초고층 아파트 단지와 고시촌, 쪽방촌이 공존하는 곳. 지난 8일 찾은 서울 마포구 대흥동의 현주소다. 오전 10시 30분, 23층짜리 신축 아파트가 바라다보이는 골목 한편으로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노인들이 꼬리를 물고 작은 건물 1층으로 들어갔다. 엘드림노인대학. 입구 옆 배너에 적힌 이름이 이곳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가 열리고 있음을 알려줬다.

“혈압약은 보통 잘 때보다는 아침에 드시는 게 좋아요. 위에 부담될 수 있으니까. 일시적으로 혈압이 내려가더라도 약을 멈추면 다시 오를 수 있어요. 의사와 상담 없이 함부로 끊으면 안 돼요. 아셨죠?”(이현아 전 성균관대 의대 교수)

이날 ‘노인 고혈압과 건강관리’를 주제로 열린 시니어 건강교실에는 30여명이 수강했다. 대흥동 공덕동 용강동 등 인근에 거주하는 홀몸 어르신들이다. 노인대학을 주관하는 장헌일 신생명나무교회 목사는 “평균 연령이 80세가 넘지만 이곳에서 ‘어르신’이란 호칭은 없다. 모두 학생”이라고 귀띔했다.

교회는 5년째 노인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평일 오전 11시마다 실버영어 시창작 웃음치료 노래교실 그림치료 등 10여개의 강의가 연중 방학 없이 진행된다. 50분짜리 수업이 끝나면 강의실은 자연스레 학생 식당으로 변신한다. 교회가 매일 점심을 책임지는 고령 주민들은 70여명. 거동 제한, 건강 악화로 노인대학에 오기 어려운 이들에게는 같은 식단의 도시락이 자원봉사자들 손에 들려 배달된다. 출석 성도 30명 남짓한 교회가 노인들을 위한 식당은 물론 강의실까지 만든 배경은 무엇일까.

“5년 전 이 동네에서 사역을 시작하면서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어르신들을 많이 만났어요. 자녀에게 버림받은 분, 배우자와 사별한 분들이 스스로를 원망하며 외출도 못 하시고 외로워하고 계시더라고요. 끼니부터 챙기고 싶은데 자존감 문제가 맘에 걸리더군요. 그래서 좋아할 만한 강의를 준비했죠.”(장 목사)

국민일보와 조사전문기관 피앰아이가 조사한 ‘외로움 척도 지수’에 따르면 외출 빈도가 낮을수록 중증 외로움 문제를 겪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매일 외출하는 응답자 중 의료적 치료가 필요한 중고도 이상의 외로움을 겪는 사람은 23.3%였다. 하지만 외출 빈도가 월 2~3회, 월 1회로 적은 응답자는 해당 수치가 각각 32.6%, 34.5%로 부쩍 높아졌고,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외출 빈도가 낮은 응답자의 경우 62.7%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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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반장을 맡고 있는 현귀순(77)씨는 노인대학에서 ‘제2의 인생’을 맞았다. 5세 때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고 ‘애꾸눈’으로 불리며 속앓이했던 유년기, 남편의 잇따른 사업 실패와 25년여에 걸친 암투병 등 그에겐 불행이 끊이지 않았다. 남편을 떠나 보내고 세상을 등진 채 홀로 살아가던 그에게 우연히 들른 대학은 그의 삶을 180도 바꿔놨다. 현씨는 “초등학교도 안 나온 내가 이곳에선 한글을 배우고 시를 쓰고 있다. 지금 내겐 여기가 천국이고 여기 있는 사람들이 천사”라며 웃었다.

비교적 젊은 2040세대를 대상으로 한 회복 공동체도 있다. 지난 12일 방문한 경기도 수원 베델회복공동체 상담소(대표 김상철 목사)에서는 제자훈련이 한창이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알코올·도박 중독, 가정 학대, 우울증, 조울증 같은 ‘마음의 병’을 안고 있다. 공동체는 상담과 제자훈련 등을 통해 회복할 수 있도록 조력자가 돼준다.

이날 현장엔 매주 주일 오후 모임을 갖는 20~40대 참석자 15명이 둘러앉은 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조울증을 겪고 있는 한 청년(21)은 “자해와 자살을 여러 번 시도했었다”면서 “치료가 어렵겠지만 삶의 희망을 찾고 싶어서 기독교 공동체를 찾아왔다”고 고백했다.

참석자 중 다수는 과거 중독과 마음의 병을 앓았던 이들이다. 하지만 현재는 제자훈련과 상담을 통해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김상철 목사는 “중독, 우울증에 빠진 청년들의 부모를 보면 자기중심적, 이기주의에 빠진 사람들이 상당수”라며 “이들은 자식이 겪는 고통에 공감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울증에 빠진 이들은 스스로를 가둬놓을 위험이 있다. 교회가 이들의 외로움을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회가 외로운 이웃 도우려면 


교회가 지역 내 외로움 문제를 겪는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려면 첫 단추를 어떻게 꿰어야 할까.

장헌일 신생명나무교회 목사는 “대단한 걸 준비한다는 생각보다 성도들과 환대의 정신을 나누며 채비를 갖추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두 번째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 1~2명을 찾아가 만나면서 어떤 계층이 많은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교회 형편에 맞게 성도들도 함께 이웃을 찾아간다는 마음이다.

외로운 이들을 위해 처음부터 큰 규모의 강의를 준비할 필요도 없다. 주민센터에서 진행하는 정기 특강 강사들과 협력하면 비용을 아끼며 유익한 강의를 제공할 수 있고 교회가 강의 공간만 제공해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지역 내 다른 교회와의 협력은 이웃에게 더 다양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주춧돌이다. 장 목사는 “한부모 자녀 가정, 학교 밖 아이들, 장애인 등 지역 내 소외 계층을 여러 교회가 나눠서 품고 사역을 준비하면 부담을 줄이고 지속성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기영 기자, 수원=유경진 기자 황수민 인턴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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