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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커뮤니티 보고서] ‘찍먹’ ‘부먹’…커뮤니티가 ‘밈’을 소비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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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MI 댓글 0건 조회 2,908회 작성일 22-09-2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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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문화의 핵심은 ‘밈’, 즉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들이다. 오래된, 유명한 밈으로는 ‘부먹’과 ‘찍먹’의 사례가 있다. 탕수육을 어떻게 먹느냐를 둘러싸고 생긴 밈인데, 소스를 완전히 부어서 먹는 쪽은 부먹이고 각자 알아서 소스에 찍어먹는 게 찍먹이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부먹·찍먹을 가지고 사뭇 진지하게 다툰다. 타협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인 것처럼 이 문제를 다루면서 ‘부먹과는 상종을 하면 안 된다’ ‘찍먹이라니 믿을 수 없다’는 식으로 놀이한다.  


10년 가까이 이 문제로 커뮤니티 내에서 투닥거리다 보니 웬만한 정치인이나 대중문화 스타도 이제는 이에 대한 답을 갖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청년들과의 대화에서 “부먹도 찍먹도 아니고, 간장에 고춧가루 풀어서 찍어 먹는다”고 답했다.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도 서울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질문을 받으며 “나에게는 부먹·찍먹 같은 건 안 물어보시냐”고 말하기도 했다.


‘부먹’ ‘찍먹’ 밈의 생명력 


비슷한 밈 중에는 ‘민초’ 밈도 있다. 민트초코를 줄인 말인 ‘민초’ 밈은, 민트초코 맛을 좋아하는 사람과 민트초코 맛을 싫어하는 사람끼리 나뉘어 끊임없이 다투는 흐름으로 진행된다. 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볼 때는 저게 뭐가 중요한가 싶지만, 밈을 공유하는 이들에게 이는 짐짓 중요한 놀이다.


실제로 주간조선이 여론조사업체 피앰아이에 의뢰해 20~59세 성인 남녀 1000명에게 물어본 결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이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었다. 70.1%의 사람이 ‘찍먹을 선호한다’고 말했고, 46.1%의 사람은 민트초코가 ‘옳다’고 대답했다. 이들 밈이 뭔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상태에서 자신이 어느 쪽인지도 확실히 결정한 이용자들이 많은 것이다.  


이러한 밈들이 오랜 생명력을 가지고 계속될 수 있었던 데는 밈으로서 가지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민용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는 “밈은 일종의 게임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흥미롭다고 여겨지는 이슈를 포괄해 자유롭게 퍼지는 패러디의 놀이터”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찍먹·부먹 밈이나 민트초코 밈 역시 무엇인가를 패러디한 것이다. 이들 밈은 전혀 다른 두 개의 조건 중 무조건 하나만 골라야 하는 밸런스 게임이다. 현실 사회에는 밸런스 게임이 살벌하게 펼쳐진다. 내 편 아니면 다른 편인 정치판이나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매도당하기도 하는 사회적 갈등의 축소판이 커뮤니티의 밸런스 게임이다.


사실 고기를 소스에 찍어 먹냐, 부어 먹냐는 문제는 동성결혼에 동의하는지 안 하는지 등에 비하면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밸런스 게임은 진지한 척 임하는 게 핵심이다. ‘이걸 왜 하냐’는 핀잔은 의미 없다. 현실에 만연한, 날로 격화하는 갈등 상황을 반영하며 놀이처럼 퍼진 밸런스 게임은 밈이 현실을 반영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예시다.


그런데 밈이 계속 복제되려면 내용에 대한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야 한다. 정치적 밈도 마찬가지다. 지난8월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 밑으로까지 떨어졌을 당시 윤 대통령의 술자리 사진이 밈이 되어 커뮤니티에서 돌았다. 윤 대통령,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김기현 의원 등이 지난해 12월 모였던 ‘울산 회동’의 술자리 사진을 변형한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8월 기록적 폭우가 내렸지만 대통령실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이어졌을 때는, “각하, 지금 300㎜가 왔답니다”라는 말풍선이 붙고 윤 대통령이 이에 대해 “난 500 시켰는데?”라고 답하는 듯한 그림을 그려넣는 식이다. 500은 맥주 500㏄를 뜻한다. 이 사진은 이외에도 여러 방식으로 합성되고 변형되면서 윤 대통령을 조롱하는 데에 사용됐다. 


의도가 개입되는 순간 밈의 매력은 반감된다 


MBTI는 최근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할 정도로 확산된 밈이다. 이용자들은 커뮤니티 성격 유형을 16가지로 나누어 판단할 수 있다는 MBTI 심리 검사를 실시해보고, 자신의 유형을 공유하며, 그에 대한 해석을 즐긴다.


MBTI 밈의 유행은 ‘이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 만들어진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나 자신과 상대방을 이해하고 싶다는 욕구가, 이해하기 쉬운 유형으로 사람을 분류해 받아들이려는 밈으로 나타난 것이다. ‘나는 논리적인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T타입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좀 더 많은 의미를 담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생명력을 얻었다.


커뮤니티 이용자에게 물어본 결과 자신의 MBTI 유형을 알고 있다는 사람은 전체의 56.5%로 나타났는데, 특히 20~30대의 인지 비율이 높았다. 20대의 77.4%, 30대의 63.9%가 MBTI 유형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연령이 올라갈수록 MBTI 유형을 모른다는 응답이 더 많이 나왔다.


MBTI 밈은 어떤 사람들에게 알 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며 신뢰할 수 없는 우스갯소리에 불과하다고 치부된다. 주간조선과 피앰아이가 조사한 바를 보면, 응답자의 39.3%만이 ‘MBTI를 신뢰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커뮤니티 이용률이 비교적 낮은 기성세대일수록 신뢰도가 낮았다. 20대의 MBTI 신뢰도가 50%였던 것에 비해, 40대는 27%, 50대는 32%에 불과했다. 커뮤니티 활동에 익숙지 않을수록 밈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밈에 놀이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밈이 현실 문화를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정치적 밈은 수명이 짧거나 한계가 정해져 있다. ‘개딸’ 밈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지지를 밈화해 퍼트린 것이다. 지지자들은 네이버 카페 ‘재명이네 마을’ 같은 커뮤니티에서 이 대표에 대한 지지를 합성사진 같은 밈으로 표현한다. 


이 대표가 설치류 동물 친칠라를 닮았다고 해서 ‘잼칠라’라고 부르며 얼굴을 합성해 캐릭터를 만들거나, 이 의원을 개딸들의 ‘잼파파’ ‘잼아빠’라고 부르는 식이다. 이들은 지난 3월 대선을 전후해 온라인상에서 등장했지만 점점 현실에서도 세를 불리며 민주당 강성세력으로까지 자리 잡았다.


다만 ‘잼칠라’처럼 어떤 의도가 강한 밈은 오래도록 밈으로 살아남거나 커뮤니티 밖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적다는 차이가 있다. 밈이 만들어진 맥락을 외부인은 이해하기 어렵고, 목적성이나 의도가 강해질수록 놀이로서 밈의 성격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디지털문화심리학자인 이승윤 건국대학교 교수는 이를 밈의 주요한 성격 중 하나로 꼽는다. “밈이 외부로 확장되려면 목적성이 없어서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의도가 개입되는 순간 밈의 매력이 반감되어 밈의 생명력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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