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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커뮤니티 보고서] 20대男 ‘에펨코리아’, 진보 20대女 ‘더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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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MI 댓글 0건 조회 2,936회 작성일 22-09-2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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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은 여론조사업체 피앰아이에 의뢰해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 행태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만 20세 이상 59세 미만 성인 남녀 1000명이다. 여기서 말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란 디시인사이드처럼 개별 도메인을 가진 웹사이트는 물론,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사이트 내 카페와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두루 일컫는다.


이런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한다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58.1%, 열 중 여섯은 되었다. 특히 2030세대 이용률은 62%에 달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1 소셜미디어 이용자 조사’에서 인스타그램의 이용률이 58.5%이고, 페이스북이 그보다 낮은 52.9%라는 점을 고려하면 2030세대의 경우 커뮤니티 이용자 수가 주요 소셜미디어를 상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커뮤니티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최근까지도 정치권의 화두였던 20대 남자 현상, 즉 ‘이대남’ 현상도 커뮤니티에서 시작됐다. 이대남들이 주로 모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를 중심으로 보수적·반페미니즘적 인식이 공유되면서 이를 대표하는 정치인인 이준석에게까지 영향력이 닿은 것이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전국적 영향력을 끼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즉 ‘노재팬’ 운동 역시 커뮤니티에서 시작돼 확산되었다. 특히 노재팬 운동의 구심점이 되었던 ‘노노재팬’ 같은 사이트는 커뮤니티 클리앙의 이용자가 만들어 알린 것이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불매운동의 플랫폼으로도 커뮤니티를 활용했는데, 불매운동 대상 기업 목록이나 불매운동에 대한 반응 등을 공유하면서 노재팬 운동을 이어나갔다. 많은 사소한 뉴스거리가 커뮤니티에서 시작하는 상황을 고려해보면 높은 커뮤니티 이용률 역시 이해가 되는 지점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가 어디인지도 물어보았다. 개별 도메인을 가진 커뮤니티 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와 포털사이트 네이트에서 시작된 커뮤니티 네이트판을 이용한다는 사람이 많았다. 디시인사이드는 전체 응답자의 12.4%가 이용한다고 답해 가장 이용률이 높았다. 이 밖에 뽐뿌나 보배드림같이 생활밀착형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사람의 수도 많았고, 에펨코리아와 더쿠의 이용 빈도도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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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도메인 이용률 1위는 ‘디시인사이드’ 


뽐뿌는 다양한 생활정보를 제공하는 곳으로 주로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정보가 게재되는 곳이다. 보배드림은 중고차 판매 플랫폼과 함께 운영되는 커뮤니티다. 이 두 커뮤니티가 높은 이용률을 보인 것은 커뮤니티가 ‘정보를 제공하는 곳’으로서도 기능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개별 도메인을 가진 커뮤니티보다 더 이용률이 높았던 곳은 네이버와 다음 카페다. 네이버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은 53%, 다음 카페는 23.6%로 나타났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커뮤니티 이용자의 많은 수가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전통적 커뮤니티가 디시인사이드나 네이버 카페 같은 형태라면, 최근의 온라인 커뮤니티는 그보다 더 가볍고 빠르며 더 긴밀한 상호작용을 필요로 하는 오픈채팅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에서는 51.3%의 사람이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오픈채팅은 많은 부분에서 기존의 커뮤니티를 소형화한 것에 가깝다. 이를 테면 디시인사이드에는 갤러리라는 이름의 게시판이 여럿 있다. 갤러리의 수는 무척 많은데 야구 갤러리, 만화 갤러리처럼 보다 광범위한 주제를 가진 것에서부터 블랙핑크 갤러리, 미국주식 갤러리처럼 구체적인 관심사를 나누기 위해 만들어진 갤러리도 많다. 오픈채팅도 마찬가지인데 ‘2030 모여라’와 같이 나이대만 맞으면 함께할 수 있는 채팅방부터 특정 관심사를 위해 제한적으로 접근이 가능한 채팅방까지 다양한 형태가 있다.


어떤 형식이든 오픈채팅도 기존의 커뮤니티와 같은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용자에게 공동체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커뮤니티 이용자에게 커뮤니티는 자신이 소속된 공동체의 역할을 한다. 2000년대 이후로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었다고 보면, 근 20년이 넘는 온라인 커뮤니티 ‘역사상’ 커뮤니티 내외부의 분쟁은 언제나 발생하던 일이다. 최근 가장 활성화되어 있던 다음 카페 쭉빵카페에서 회원들이 대거 이탈한 사건도 그렇다.


쭉빵카페는 페미니즘 성향의 여성 회원들이 가입된 최대 규모의 다음 카페였다. 그런데 지난해 4월 남성들이 많이 활동하는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와 분쟁이 붙었다가 쭉빵카페 운영진들이 카페 회원들의 활동을 대거 정지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페미니즘 이슈와 관련돼 붙은 분쟁은 쭉빵카페 회원들의 잇단 이탈을 불러왔고 ‘우리동네 목욕탕’ 같은 새로운 커뮤니티를 탄생시켰다.


이런 일은 수시로 일어난다. 이용자들은 단지 커뮤니티에서 글과 댓글을 읽고 시간을 보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더 커뮤니티에 연관되어 있다. 커뮤니티마다 다른 규칙, 분위기 같은 것들을 습득하면서 다른 이용자들과 일체감을 느끼고 비슷한 생각과 관심사를 공유하며 한 덩어리로 뭉쳐지는 것이 보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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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47% “2시간 이상 이용” 


실제로 많은 이용자들은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주간조선과 피앰아이가 조사해본 결과, 하루 중 온라인 커뮤니티에 접속하는 시간이 2시간 이상이라고 답한 사람만 해도 30%가 넘었다. 20대에서는 47%가 2시간 이상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나 하루 인터넷 이용의 상당 부분을 커뮤니티에서 썼다.


이용자들은 커뮤니티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커뮤니티에 글을 쓴다는 사람은 다섯 중 하나에 달했다. 20대는 넷 중 하나였다. 댓글은 더 많이 달았다. 매일 댓글을 단다는 사람도 열 명 중 한 명꼴이었다. 반면 거의 댓글을 달지 않는다는 사람은 30%가 채 되지 않았다.


회원 수가 5만명 정도 되는 커뮤니티의 운영자 A씨는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의외로 활발하게 활동한다고 말했다. “단 한 번도 댓글을 달지 않고 글을 쓰지 않은 회원은 적다”는 것이다. 마치 운영자처럼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회원도 많다고 한다.


“마치 자경단처럼 불량한 글을 신고하는 회원은 항상 있고, 커뮤니티 운영 방침에 대해 건의하고 문의하는 이용자도 상당히 많다. ‘최근에 커뮤니티 리젠(새 글이 올라오는 속도)이 느려졌다’며 대신 걱정해주는 이용자도 언제나 있다.”


공동체로서 온라인 커뮤니티는 대개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굴러가게 된다. 각 커뮤니티마다 조금씩 다른 관심사를 갖고 있는데,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는 일은 말할 것도 없다. 예를 들어 축구와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에펨코리아로 모인다. 정치에 관심이 있지만 게임을 좋아하고, 특히 서브컬처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은 루리웹에 모인다.


대부분의 커뮤니티는 특정 관심사에서 시작해 생활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넓은 대화 장소를 마련해준다. 더쿠를 예로 들면 더쿠에는 대중문화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사람들이 주로 찾지만 매우 많은 게시판 목록 중에는 ‘뷰티’ ‘직장인’ 같은 것도 있어, 연예인 소식을 읽다가도 직장인 게시판에 가서 회사 상사의 험담을 늘어놓을 수 있는 구조다. 많은 커뮤니티가 이렇게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커뮤니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주로 커뮤니티 에펨코리아를 이용한다는 대학생 B씨는 원래 중국에 대해 어떤 의견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커뮤니티를 이용하며 중국을 싫어하다못해 혐오하는 방향으로 인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중국을 가본 적도 없었고 주변에 중국인을 접할 기회도 없었는데, 인기 글에 자주 올라오는 중국 관련 게시물을 접하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커뮤니티에 자주 접속하게 된 것이 5년이 넘었는데, 그 사이 많은 생각이 바뀐 것 같기는 하다.”


실제로 주간조선이 피앰아이와 함께 조사한 바를 보면,  특정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인식은 대개 비슷해 다른 커뮤니티 이용자와 확실히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중략)


현실보다 더 강한 소속감 


에펨코리아 이용자들은 또한 ‘영끌’, 즉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자본을 끌어모아 투자하는 행위에 대해 긍정적으로 봤다. 대다수의 커뮤니티 이용자 중 30%만이 영끌이 합리적인 투자 행위라고 본 것에 비해 절반에 가까운 에펨코리아 이용자가 그렇다고 답한 것이다.


에펨코리아 주 이용자 층은 20대 남성으로 ‘이용한다’는 응답자의 40%가 20대 남성이었다. 더쿠 역시 40%의 이용자가 20대 여성이었다. 이렇게 보자면 에펨코리아와 더쿠는 20대 여성과 남성의 인식을 어느 정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에펨코리아 이용자, 주로 20대 남성인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고 중국을 싫어하며 성차별이 심각하다는 의견에는 유보적인데, 노동자의 파업에 부정적이고 기업에 대한 투자에는 긍정적이다. 더쿠는 ‘중국을 싫어한다’는 점만 빼면 에펨코리아와 완벽하게 반대된다. 즉 보수적인 20대 남성은 에펨코리아로, 진보적인 20대 여성은 더쿠로 모여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의견이 비슷하고 취향이 동질한 사람들끼리 모인 커뮤니티는 이용자에게 안락한 환경도 제공해준다. 각 커뮤니티는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같은 스포츠 기반 커뮤니티라고 해도 에펨코리아는 좀 더 직설적인 분위기인 반면, 엠엘비파크는 존대말을 기본으로 한다. 더쿠에서는 모든 사람을 ‘덬’이라고 부르고 여성시대에서는 ‘여시’라고 부른다.


무엇보다 커뮤니티는 비슷한 인식을 전제로 한다. 에펨코리아 이용자들은 다른 이용자들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옹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시대 이용자들은 페미니즘 지지자들이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인 공동체로서 커뮤니티는 계속해서 성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문제는 단순히 한 이용자가 커뮤니티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하나의 필터로 강화된 온라인 커뮤니티 공동체는 다른 어떤 공동체보다 힘이 세다. 이미 일베나 메르스갤러리 같은 커뮤니티가 일으킨 사회현상은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 사회에 뿌리내렸다. 최근에는 이대남 현상이 그렇고, 이재명 대표의 지지자를 일컫는 ‘개딸’이 그렇다.


이들 커뮤니티 공동체는 어떤 구속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강한 소속감을 기반으로 한다. 현실에서 만나는 친구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듣는 것이 바로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커뮤니티로 뭉친 이용자들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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