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음식 판매량 줄고 홈파티·나들이 제품 구매 늘어

2명 중 1명 '고향 방문 계획 없어'…고물가·짧은 연휴 영향

유통업계, 편의점 도시락 및 배달 플랫폼 할인 행사 등

추석 연휴를 앞둔 8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서 여행객 등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첫 엔데믹 명절. 이번 추석에는 '집캉스, 홈파티, 혼추족, 나들이' 등이 주요 키워드로 나오고 있다. 고물가에 명절을 지낸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고, 기간도 짧아 이번 추석을 또 하나의 휴가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한국 갤럽조사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약 60%가 '명절 연휴에 1박 이상 집을 떠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피앰아이가 지난 6일 발표한 '추석 고향 방문' 관련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고향 방문 계획이 없다'는 응답자가 무려 46.6%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답변에 복합적인 이유가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명절 가족 모임이 축소됐고 올해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이동 교통비·차례상·명절 선물 구매 비용 등 경제적 부담이 적잖았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보다 열흘 정도 앞당겨진 이번 추석은 기간도 4일밖에 되지 않아 여름 휴가의 연장선으로 체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관측이다.

ⓒ지마켓 

변모하는 명절 풍경은 제품 구매 품목으로도 확인된다.

국내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지마켓이 추석을 2주 앞둔 일주일(8/21~27) 기준 지난해 추석 전 동기간(9/1~7) 대비 상품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집캉스' 아이템 수요가 늘었다. 집에서도 영상이나 음악을 효과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빔프로젝터 용품과 홈시어터의 판매는 각각 70%, 43% 증가했고 가정용 노래방 기기는 63% 더 많이 팔렸다.

'홈파티'와 관련된 제품 판매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티포트(17%) 양식기(42%), 와인용품(34%) 및 파티테이블용품(310%) 등 식기 및 테이블웨어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폭립(185%), 피자(120%), 감자튀김(105%), 치즈스틱(100%), 샐러드(34%) 등 홈파티와 어울리는 가공식품 판매도 크게 증가했다.

반면 대표적인 명절 음식이나 차례용품의 판매는 줄었다. 추석 대표 음식인 송편은 지난해 보다 34% 판매가 줄었으며, 한과·유과도 지난해 대비 26% 감소했다. 제수용품도 19% 만큼 덜 팔렸다.

추석 연휴 나들이를 계획하는 소비자도 증가하면서 놀이공원 등 테마파크 이용권의 판매는 지난해 추석 전 대비 44% 확대한 것으로 집계됐다. 텐트 등 캠핑용품도 37% 증가했으며 여행가방(33%), 트래블키트(82%), 물놀이용품(310%) 등도 잘 팔렸다.

홈플러스가 추석 연휴를 맞아 델리 등의 제품을 할인 판매한다.ⓒ홈플러스

유통업계는 이같은 추세를 반영한 명절 프로모션을 마련했다.

대형마트에서는 간편식, 소포장 델리 등의 할인 행사를 준비했다. CU 프리미엄 한정식 도시락 등 편의점에서는 혼추족을 위한 제품을 출시했다. GS25에서는 오색한가위도시락과 전통그잡채를 판매 중이다. 이마트24는 한가위한상도시락과 함께 명인 소곡주를 선보였다.

배달 고객도 겨냥 중이다. 배달 플랫폼을 통해 주문하면 3000~5000원 할인 쿠폰을 증정하는 행사다. 커피 프랜차이즈 할리스에서는 이 기간 배달 주문수가 가장 많은 회원 1인에게 5만원 상당의 모바일 금액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식품업계에서는 간편식을 필두로 집캉스, 홈추족을 겨냥한 소포장된 가성비 안주세트 등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번 명절은 코로나로 급부상한 간편식, 소포장 음식들이 그대로 인기를 이어가는 게 특징"이라며 "주류와 페어링할 수 있는 제품들도 수요가 높다"고 말했다.